[중앙칼럼] 평범한 엄마를 왜 욕하나
요즘 한 여성을 두고 세간에서는 말이 많다. 잘못된 교육으로부터 자녀를 지키려는 헌신적인 어머니일까, 극우적 가치관에 물들어 편견에 사로잡힌 여성일 뿐일까. LA타임스가 최근 치노밸리통합교육구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인 소냐 쇼(41)를 상세히 소개했다. 평범한 주부인 쇼는 최근 보수 학부모 운동을 이끌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쇼는 자신을 교육적으로 열성인 엄마를 의미하는 ‘사커 맘(soccer mom)’이라고 소개한다. 지난해 11월 치노밸리통합교육구의 교육위원으로 선출된 쇼는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한 학부모의 알 권리를 지켜내는 데 공을 세웠다. 주 정부 입장에서 쇼와 같은 사람은 눈엣가시다. 가주 법무부는 쇼가 지켜낸 학부모의 권리를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여겼다. 쇼가 속한 치노밸리통합교육구를 상대로 법무부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쇼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된다. 좌파 진영은 쇼를 다문화적일 수밖에 없는 공립학교 시스템에 반정부, 반성소수자 사고방식을 주입하는 기독교 복음주의의 하수인 정도로 헐뜯고 있다. LA타임스도 이러한 쇼를 두고 “극우 기독교의 내러티브를 그대로 읊는 앵무새인지, 잔 다르크와 같은 인물인지는 논쟁이 있다”고 했다. 분명한 건 좌 편향적인 현 상황을 개탄하는 보수 학부모들의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데 있어 쇼가 중심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쇼는 정치적 이념과 관계없이 자신의 선택은 성경적 가치에 따라 결정하고 행동할 뿐이라는 소신을 밝히고 있다. 쇼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누구를 위해 행동하고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며 “사람들은 어느 쪽에서든 화를 낼 수 있지만 나는 하나님께 대답해야 하고 그분 앞에 무릎을 꿇을 뿐”이라고 말했다. 평소 쇼는 신실한 기독교인답게 다정하고 친근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LA타임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주변의 평도 좋다. 이 때문에 반대 측에서는 쇼가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 쉽게 말해 친근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이미지를 가진 쇼가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그만큼 두려워하고 있다. 왼쪽 진영의 이들은 쇼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거부하고 성 소수자에 대한 수십 년간의 진전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극우 진영의 아젠다를 밀어붙이면서 교육구 내 건물 수리, 교사 충원 등 다른 중요한 이슈들은 묻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쇼를 깎아내리고 있다. 쇼는 교육위원에 선출되기 전 평범한 인물이었다. 건설 현장 감독관인 남편과 결혼한 지 17년째로 두 딸을 두고 있다. 쇼 역시 학창 시절 치노밸리통합교육구내 아얄라 고등학교에 다녔으며, 현재 갈보리 교회에 출석 중이다. 이력만 보면 그야말로 보통사람이다. 쇼는 “이전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팬데믹때 자녀가 계속되는 학교 폐쇄로 원격 학습을 하는 것을 보며 좌절감을 갖게 됐다”며 “그때 다른 부모들과 연대하기 시작했고 학부모 단체를 만들어 교육구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진보 측 사람들은 온갖 비난을 쏟아내며 폄훼하고 있지만 정작 쇼가 학부모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고 명료하다. 자녀 교육에 대한 최우선 권한은 정부가 아닌 학부모에게 있다는 원칙을 알리기 위해서다. 그는 “성전환자에 대한 혐오나 동성애 문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학부모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종교적 신념을 공립학교에 강요하려는 것도 아니며 단지 부모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쇼가 가장 우선 가치로 삼는 것은 ‘가족’이다. 정부가 가족이라는 기본 단위를 무시하고 자녀를 통제하겠다는 행위에 대해 반대할 뿐이다. 무엇이 정치적 올바름인가. 쇼와 같은 사람들은 많다. 그들에 대해 옳고 그름을 재단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진 적이 없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다. 포용과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내러티브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선택적이고 편협하다. 사실상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면 배척하고 비난한다. 그 지점에서 심각한 모순이 발견된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욕하나 엄마 학부모 운동 보수 학부모들 학부모 단체